신데렐라 - 소행
옛날옛날 파주마을의 깊은 숲속 헝그리저택에서 허상현은 그의 계부와 아버지가 데려온두 명의 형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허지현 어머니가 재혼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사후,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매일매일 실험의 시체를 태우고, 구식 아궁이에서 요리를 하며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년은 불의 재와 그을음 때문에 복장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없었으며, 그의 못된 두 형들은 언제나 그를 재투성이 신데렐라라고 놀렸습니다.
이것이 그가 허상현이라는 이름보다 신데렐라라고 불리는 이유였습니다.
어느 날, 파주마을에 큰 소식이 들렸습니다.
무려 사교도들의 화합과 무궁한 발전을 위한 결혼 동맹을 만들기 위하여 만세일원교에서 무도회를 열 예정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온 나라의 결혼 적령기인 젊은 사교도들은 모두 초대되었고, 이는 허상현의 집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흠, 가서 눈도장을 찍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계부 백범진의 말에 이수 형과 현덕이 형은 뛸 듯이 기뻐하며 몸단장을 했습니다.
“거기 가면 서호누나도 있을까?”
“아마도 공식행사니까 경호 인력으로 차출되어 나올거란다.”
“우에? 거기 가면 맛있는거 주는거죠?”
“그럼 그럼 물론이고 말고.”
아버지와 두 형은 이런 만찬이나 무도회에서는 빠지지 않는 인기인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유명인사입니다. 행사에 이들이 참석하느냐 마느냐로 그 파티의 질이 바뀐다고 할 수준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언제나 이런곳을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너는 우리가 다녀올 동안 재료들을 잘 치우고 있으렴.”
집에서 아버지의 실험물들을 사령술의 재료로 처분하는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었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내려온 가업은 피를 이은 신데렐라가 직접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사교도 모임에 나가고 싶어요…”
“네가? 흠… 그런 칙칙한 몰골로 나갈 수 있을리가 없잖나.”
“저 인간 그렇게 싸가지가 없을 줄 알았으면 재혼따위는 하지 않는건데!!!”
사령술의 재료를 처분하고 있으니 어머니가 분노하며 외쳤습니다.
어머니는 사후 유령이 되어 저택에 머물러 계셨지만, 이혼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부적술로 어머니의 접근을 막아 이혼서류의 작성을 못했기 때문이지요.
“불쌍한 내 아들. 이렇게 사교 모임도 못나가서 슈퍼루키사교도자리도 못받아내고, 우리 아들정도면 따놓은 당산인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역시 이 저택을 벗어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수형의 만세일원교 친구들이나 현덕이형의 교회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집안에서만 활동하며 친구없이 지내는 삶에 조금 쓸쓸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어차피 저도 아버지의 부적술 때문에 저택을 못빠져나가는걸요.”
“아냐아냐, 아들! 기다려 보렴 내가 어떻게든 너를 무도회에 보내줄 테니까.”
어머니는 한때 잘나가던 사령술사였고, 귀신이 된 지금도 무언가의 소환술 정도는 하실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셨습니다.
허상현은 어머니의 말씀에 큰 기대는 안하면서도 가족의 정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타닥타닥
[Ia Ia guiTtunPatan Ia Ia Kimsina]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저택의 한 구석에서 매우 모독적이고 불길한 마법진이 떠오르며 촉수를 두른 가면의 외신이 소환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그리고, 나타난것은 인간정도의 크기의 밤의 장박을 두른자. 분명 어딘가의 신의 메아리일테지요.
[뭐야?]
신께서 말했습니다.
“고대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마법과 파괴와 효도의 신이시여! 부디 이 필멸자의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웃기는 놈들이네 갑자기 불러놓고 소원?]
비록 필멸자에게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신은 분명하게 대화의 답변을 해주고 계셨습니다.
“부디 제 아들을 무도회에 데려다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소환의식까지 해놓고 비는 소원이 고작 무도회라고?]
신께서 무엇을 대답해 주고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대충은 감이 왔습니다. 아마도 소원을 위한 대가를 이야기 하는거겠지요.
“이 소원의 대가로 이 사령술의 재료들을 바칩니다!”
[아니 그딴거 줘도 필요 없다고! 그보다 진짜 뭔데? 이 전개]
신은 제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걸까? 뒷편의 헤일로가 불길한 빛으로 빛나는 와중에 신께서 저를 바라봤습니다.
-이봐, 진짜로 이렇게까지 해서 바라는게 무도회를 참석하는거 맞아?
아 텔레파시로 직접적인 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무도회… 네, 저는 이 저택을 떠나서 무도회를 가보고 싶습니다.”
-무도회가 목적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형들이 부러웠던 이유는 이 집에서 쓸쓸히 있는 저와 달리 자유롭게 친구들과 사귀는 것이었으니까요.
-야 너 이름이 뭐야?
“허상현입니다. 신데렐라라고도 불리지만요.”
-너 지금 가려고 하는게 저 산 너머에 있는 만세일원교의 무도회 맞아?
“네.”
-아서라. 거기 가봤자 이상한 놈들 천지인데 갈 필요도 없어. 오히려 다른 재밌는 곳에 가는게 맞지. 너는 이 마법사의 왕까지 불러놓고 원하는게 진짜로 그것뿐이냐
“그건…”
-자, 다시 한번 소원 말해봐.
“제게 부디 이 저택밖세상을 알려주세요.”
-옳지!
이후의 이야기는 딱히 뭐가 없습니다. 저의 마법사님과 어머니와 함께 떠도는 즐거운 가족 여행이었으니까요. 마법이 있는데 고작 무도회를 가는게 목표였던 것이 이상했던겁니다. 여정의 와중에 사슴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둘째형과 어째서인지 머리가 오브젝트로 바뀐 첫째 형을 만나고 계부님과 싸우게 되는 건 여기와는 다른이야기.